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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작가 : Annaliisa Alastalo

유리의 매력

Magazine No.5

날이 어두웠다. 오전 내내 온 비 때문인지 땅이 많이 질퍽거렸고, 덕분에 남양주 산 중턱에 있는 안나리사의 유리 스튜디오까지 운전하고 가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아담한 컨테이너 주택이 나왔다. 도착하자마자 안나리사와 남편 홍성환 작가가 마중을 나왔고, 안나리사를 위해 준비한 꽃다발을 건넸다. 평소에 꽃을 좋아하는 그녀는 풍성하게 만개한 꽃을 보며 신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푸른빛을 띠는 유리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운 후 꽃을 담았다. 꽃들도 물론 아름다웠지만, 모두의 눈길을 끈 것은 그녀의 유리 항아리였다. 유리로 된 투명한 항아리를 보고 있자니 어딘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을 때쯤, 홍성환 작가가 하얀 고블렛에 커피를 내려왔고, ‘안나리사 알라스탈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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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한 꽃. 정말 아름답다.





 
‘유리의 매력’

안나리사 알라스탈로(Annaliisa Alastalo)는 핀란드의 한적한 마을에서 자랐다. 2003년 헬싱키 알토예술대학(UIAH)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던 중 한국에서 유학 온 유리예술가이자 건축 디자이너인 홍성환 작가를 만나 결혼을 했고, 몇 년 뒤 한국으로 건너왔다. 경기도 남양주에 유리 스튜디오를 설립했고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스튜디오 내부에는 작업실과 작품 전시를 위한 갤러리가 있고, 공간 곳곳에 있는 다양한 유리 공예 작품들이 멋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튜디오에서 평일에는 작업에 몰두하고, 주말에는 유리 공예 체험(블로잉 체험), 베이킹 등의 원데이 클래스와 팝업 카페를 운영한다. 꽃과 식물이 가득한 정원과 산속에 있기 때문인지, 힐링하며 즐기다 가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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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리사, 홍성환 부부의 집 앞마당에 있는 정원 / 출처: 네이버 블로그 pepamintsoap 
스튜디오에서 진행 중인 베이킹 클래스 / 출처: 네이버 블로그 pepamintsoap


안나리사는 대학 때 도예를 전공했다. 원래는 도자기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우연히 유리 공예 수업을 듣게 되면서 마법 같은 유리의 매력에 빠졌다. 그녀는 유리의 매력을 ‘손을 댈 수 없는 대상’이라고 이야기한다. 도자기는 직접 빚어서 제작할 수 있지만, 유리는 손으로 만져가면서 작업을 할 수가 없고, 완성된 작품을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인내하면서 자신을 이겨내고 극복해야 하는 과정들이 고되기는 하지만, 뜨거운 유리가 식어가면서 드러내는 아름다운 색을 볼 때는 오히려 설레는 감정이 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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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는 만질 수 없는 소재이지만 원하는 모양을 만들어 갈 때의 즐거움이 있어요.
뜨거웠을 때는 유연하지만, 차갑게 식으면 변형이 이루어지지 않는 점에도 무한한 매력을 느껴요.

Annaliisa Alast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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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변화시키는 ‘영감’

유리 스튜디오의 정원은 서울에서 보기 힘든, 동화 같은 곳이다. 서울에서 머물다가 아이들을 위해 자연 친화적인 곳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꽃과 식물로 둘러싸인 곳, 남양주로 이사를 왔다. 이 가족에게 가장 행복한 것은 계절마다 바뀌는 정원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사는 곳에 영향을 받아서일까, 안나리사는 생명력 넘치는 주변의 자연환경과 소담한 정원 등 일상과 자연으로부터의 영감을 바탕으로 작품의 모티브와 디테일을 완성한다. 정원에 핀 꽃을 감상하다 갑자기 떠오른 화병을 만들기도 하고, 케익을 만들다 떠오른 케익 스텐드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자연과 생활 속에서 느끼는 것들, 꽃과 열매 등이 계절에 따라 보여주는 색감은 그녀의 작업에 영향을 끼치고 변화시키는 존재이다. 불투명한 색감과 파스텔 톤의 고요한 색을 입힌 고블렛과 촛대, 화병, 돔 유리그릇 등도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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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나리사 인스타그램, @annaliisa_alast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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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나리사 인스타그램, @annaliisa_alast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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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나리사 인스타그램, @annaliisa_alastalo







항아리 시리즈(Hangari Series)

안나리사의 대표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유리 항아리는 고려 시대의 청자와 전통 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한국 문화의 색다름에 반해 유리 공예를 시작했고, 그 계기가 이 항아리에 잘 나타나는 듯하다. ‘푸른색’이 아닌 ‘푸르스름한’ 색이 청자와 비슷하면서도, 불투명함과 동시에 나타나는 투명함이 새롭고 신선한 관점을 선사한다. 작가는 이 시리즈를 한국적 혹은 동양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 아닌, ‘자연적’인 작품으로 설명하고 싶다고 말한다. 최대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작업하려 노력하고, 자신의 작품들은 화려한 꽃보다 자연 속의 들꽃같이 소담스럽고 담백한 꽃 한 송이가 더 잘 어울리는 작품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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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나리사 알라스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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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나리사 알라스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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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나리사 알라스탈로
 





2019년 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 ‘Object, Objects…’에서 선보인 안나리사의 항아리 시리즈 <A Touch of Winter>는 행사에 방문한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어두컴컴한 큐브(전시장) 속에 마치 그녀의 작품들이 한 줄기 빛이 되는 것처럼, 선명하지만 은은한 색감이 정말 아름다웠다. 항아리가 가진 한국의 미를 강조한 배열과 빛이 투과하는 유리의 특성을 잘 살린 세련된 디스플레이가 작품을 한 층 더 돋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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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리사 알라스탈로, <A Touch of Winter> 출처: KCDF, 2019년 공예트렌드페어

유리 공예는 뜨거운 불에서 태어나 투명한 빛을 담는 예술이다. 뜨겁게 달궈진 유리에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생명을 만든다는 것은 즉, 작품을 창조한다는 것은 단순히 크리에이티브 한 시각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열과 충격에 민감한 유리가 그 영롱한 자태를 뽐낼 때까지 안나리사와 홍성환 작가는 섭씨 1130도의 이글거리는 용해로 앞에서 마치 한 사람처럼 유리를 매만진다. 한 사람은 녹이고, 한 사람은 식히고, 한 사람은 모양을 내고, 한 사람은 모양을 다듬는 일을 반복한다. 완성한 후에도 천천히 식혀야 튼튼하고 제대로 된 유리 공예품이 만들어진다. 안나리사는 이런 과정들을 거쳐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낼 때마다 보인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마치 그녀의 작품과 같이 반짝였다.



 
날이 어두웠다. 오전 내내 온 비 때문인지 땅이 많이 질퍽거렸고, 덕분에 남양주 산 중턱에 있는 안나리사의 유리 스튜디오까지 운전하고 가기란 좀처럼 쉽지 않았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아담한 컨테이너 주택이 나왔다. 도착하자마자 안나리사와 남편 홍성환 작가가 마중을 나왔고, 안나리사를 위해 준비한 꽃다발을 건넸다. 평소에 꽃을 좋아하는 그녀는 풍성하게 만개한 꽃을 보며 신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푸른빛을 띠는 유리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운 후 꽃을 담았다. 꽃들도 물론 아름다웠지만, 모두의 눈길을 끈 것은 그녀의 유리 항아리였다. 유리로 된 투명한 항아리를 보고 있자니 어딘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을 때쯤, 홍성환 작가가 하얀 고블렛에 커피를 내려왔고, ‘안나리사 알라스탈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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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한 꽃. 정말 아름답다.




‘유리의 매력’
 
안나리사 알라스탈로(Annaliisa Alastalo)는 핀란드의 한적한 마을에서 자랐다. 2003년 헬싱키 알토예술대학(UIAH)에서 디자인을 공부하던 중 한국에서 유학 온 유리예술가이자 건축 디자이너인 홍성환 작가를 만나 결혼을 했고, 몇 년 뒤 한국으로 건너왔다. 경기도 남양주에 유리 스튜디오를 설립했고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스튜디오 내부에는 작업실과 작품 전시를 위한 갤러리가 있고, 공간 곳곳에 있는 다양한 유리 공예 작품들이 멋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스튜디오에서 평일에는 작업에 몰두하고, 주말에는 유리 공예 체험(블로잉 체험), 베이킹 등의 원데이 클래스와 팝업 카페를 운영한다. 꽃과 식물이 가득한 정원과 산속에 있기 때문인지, 힐링하며 즐기다 가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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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리사, 홍성환 부부의 집 앞마당에 있는 정원 / 출처: 네이버 블로그 pepamintsoap 
스튜디오에서 진행 중인 베이킹 클래스 / 출처: 네이버 블로그 pepamintsoap


안나리사는 대학 때 도예를 전공했다. 원래는 도자기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우연히 유리 공예 수업을 듣게 되면서 마법 같은 유리의 매력에 빠졌다. 그녀는 유리의 매력을 ‘손을 댈 수 없는 대상’이라고 이야기한다. 도자기는 직접 빚어서 제작할 수 있지만, 유리는 손으로 만져가면서 작업을 할 수가 없고, 완성된 작품을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인내하면서 자신을 이겨내고 극복해야 하는 과정들이 고되기는 하지만, 뜨거운 유리가 식어가면서 드러내는 아름다운 색을 볼 때는 오히려 설레는 감정이 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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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변화시키는 ‘영감’

유리 스튜디오의 정원은 서울에서 보기 힘든, 동화 같은 곳이다. 서울에서 머물다가 아이들을 위해 자연 친화적인 곳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꽃과 식물로 둘러싸인 곳, 남양주로 이사를 왔다. 이 가족에게 가장 행복한 것은 계절마다 바뀌는 정원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사는 곳에 영향을 받아서일까, 안나리사는 생명력 넘치는 주변의 자연환경과 소담한 정원 등 일상과 자연으로부터의 영감을 바탕으로 작품의 모티브와 디테일을 완성한다. 정원에 핀 꽃을 감상하다 갑자기 떠오른 화병을 만들기도 하고, 케익을 만들다 떠오른 케익 스텐드를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자연과 생활 속에서 느끼는 것들, 꽃과 열매 등이 계절에 따라 보여주는 색감은 그녀의 작업에 영향을 끼치고 변화시키는 존재이다. 불투명한 색감과 파스텔 톤의 고요한 색을 입힌 고블렛과 촛대, 화병, 돔 유리그릇 등도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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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나리사 인스타그램, @annaliisa_alast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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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나리사 인스타그램, @annaliisa_alasta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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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나리사 인스타그램, @annaliisa_alastalo





항아리 시리즈(Hangari Series)

안나리사의 대표 작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유리 항아리는 고려 시대의 청자와 전통 항아리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한국 문화의 색다름에 반해 유리 공예를 시작했고, 그 계기가 이 항아리에 잘 나타나는 듯하다. ‘푸른색’이 아닌 ‘푸르스름한’ 색이 청자와 비슷하면서도, 불투명함과 동시에 나타나는 투명함이 새롭고 신선한 관점을 선사한다. 작가는 이 시리즈를 한국적 혹은 동양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이 아닌, ‘자연적’인 작품으로 설명하고 싶다고 말한다. 최대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작업하려 노력하고, 자신의 작품들은 화려한 꽃보다 자연 속의 들꽃같이 소담스럽고 담백한 꽃 한 송이가 더 잘 어울리는 작품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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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나리사 알라스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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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나리사 알라스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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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안나리사 알라스탈로
 



2019년 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 ‘Object, Objects…’에서 선보인 안나리사의 항아리 시리즈 <A Touch of Winter>는 행사에 방문한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어두컴컴한 큐브(전시장) 속에 마치 그녀의 작품들이 한 줄기 빛이 되는 것처럼, 선명하지만 은은한 색감이 정말 아름다웠다. 항아리가 가진 한국의 미를 강조한 배열과 빛이 투과하는 유리의 특성을 잘 살린 세련된 디스플레이가 작품을 한 층 더 돋보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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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리사 알라스탈로, <A Touch of Winter> 출처: KCDF, 2019년 공예트렌드페어

유리 공예는 뜨거운 불에서 태어나 투명한 빛을 담는 예술이다. 뜨겁게 달궈진 유리에 생명을 불어넣어 새로운 생명을 만든다는 것은 즉, 작품을 창조한다는 것은 단순히 크리에이티브 한 시각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닐 수 있다. 열과 충격에 민감한 유리가 그 영롱한 자태를 뽐낼 때까지 안나리사와 홍성환 작가는 섭씨 1130도의 이글거리는 용해로 앞에서 마치 한 사람처럼 유리를 매만진다. 한 사람은 녹이고, 한 사람은 식히고, 한 사람은 모양을 내고, 한 사람은 모양을 다듬는 일을 반복한다. 완성한 후에도 천천히 식혀야 튼튼하고 제대로 된 유리 공예품이 만들어진다. 안나리사는 이런 과정들을 거쳐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고 한다.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낼 때마다 보인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마치 그녀의 작품과 같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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