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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우연이 빚어낸 감각의 세계

Winter, Flower

황성원 작가의 렌즈 너머의 세상은 하늘, 빛, 나무, 꽃과 같은 자연이다. 덕분에 그녀의 사진에는 변화무쌍하고 예측할 수 없는 형태의 흥분과 호기심이 배어 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계절이라는 시간의 변화를 통해 가장 민감한 자연과 그 바깥 풍경을 작가는 그만의 떨림과 시선으로 명민하게 잡아낸다.


Editor Alex Oh

Director ANOUK




As an Artist

몸이 허락하고 하늘이 온화한 시간 동안 황성원 작가의 움직임은 분주하다. 대부분 그녀가 사는 아파트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쉰 없이 셔터를 누르는 것이 전부이지만 그 작은 공간이 보여준 세계는 거의 무한대의 우주나 다름없다.


강직성 척추염을 앓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통증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움직이는 모든 관절이 아파요. 앉고 서는 일이 고통스럽습니다. 스마트폰을 터치할 때, 마치 전기고문처럼 손가락이 저릿하고 머리가 짓눌리는 압박감이 있어서 대화하는 일이 쉽지 않아요. 속도 늘 안 좋은 데다가, 체온 조절이 잘 안되니까 통증이 배가 돼서 순식간에 몸이 확 가곤 하죠. 그래서, 사람들과 약속 잡기가 망설여져요. 가장 힘든 두 가지라면 24시간 통증을 계속 참아야 하는 점과 아프지만 각오하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에요. 그저 참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답니다.

사진 찍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빛! 너무 아파서 죽고 싶었을 때,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던 햇살은 참으로 따뜻했습니다. 얼음장 같던 몸과 마음을 따스한 온기로 감싸주는 느낌이 마치 제가 빛의 일부분이 되는 것 마냥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되는 심정이었어요.

마음에 드는 결과물을 위해 오랜 시간 정말 무심하게 사진을 찍는 것처럼 보이세요.
물성 작업을 하던 시절에는 사물을 보면 머리 속에서 이미 작품이 만들어지곤 했어요. 바로바로 계산이 되었던 거죠. 그와 달리 사진은 렌즈를 보지 않고 셔터를 누르니까 볼 수도 없고 추측할 수가 없는 것들이라 솔직히 어떤 결과물일까 기대가 더 커진다고 할까요? 사진을 찍는 동안 빛과 내 자신이 동화되었던 순간이 궁금해서 두근거린답니다. 마치 포장된 선물을 열 때처럼 말이죠.



About Work

마치 빛과 바람을 분주히 쫓아 완성한 작품 속 숨은그림 찾기 같은 것이지만, 하늘을 캔버스 삼아 빛과 바람의 물감으로 빚어내는 황성원 작가의 사진에는 따뜻한 에너지와 희망이 깃들어 있다.


작가님의 작품들은 무의식, 비현실적, 우연성, 회화적, 미지의 몽환을 위해 빈틈없는 파동과 왜곡, 그리고 격렬한 운동성이 한데 어우러지는 것 같습니다. 무엇을 위한 움직임인가요?
생명력인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빛을 따라갔지만, 결국 그 행위는 생명을 갈구하는 몸부림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20대에도 “I’m still alive”라는 작업을 했는데, 극심한 통증이 저를 괴롭힌 이후에는 들이마시고 내뱉는 공기 한 모금마저 간절하게 다가오게 되었어요. 그래서 자연의 생명력에 반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자연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존재예요.

과거와 현재를 뭉뚱그려 본다면 과거와 현재의 작업 반경, 공간, 활동 범위의 제한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요?
그림이든 설치든 물성 작업을 할 땐 재료와 크기에 거침이 없었어요. 캐비닛 두 짝을 가지고 씨름할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은 집 근처 정원에서 사진 찍는 게 최선의 반경이 됐죠. 시간이 흐를수록 같은 공간에서 같은 피사체를 찍는 것이 너무 한정적이지 않나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느 순간 사진 속 모든 이미지들이 살아있는 피사체로 인식되기 시작한 거예요. 같은 장소, 같은 자연물이었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형태와 색이 달랐고 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제스처는 언제나 새로웠습니다. 또한, 그들은 탄생과 소멸을 반복하며 성장하죠. 결코 멈춰 서는 법이 없어요. 가끔 버스나 자동차를 탈 때도 사진을 찍는데, 의자의 높이, 속도에 따른 빛의 변화는 꽤나 멋진 재료가 되어요. 물감 대신 빛과 속도로 피사체를 뭉개서 본성은 변하지 않되, 또 다른 풍경이 되도록 만드는 작업인 셈이죠. 

작가님은 피사체의 어떤 점에 매료되나요?
빛과 속도에 따라 다르게 변하는 형태와 색은 저절로 저의 눈을 사로잡았습니다. 바람의 방향과 속도에 나뭇잎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면, 저 또한 같은 시공간에서 그들과 하나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저는 사라지고 자연과 하나 되어 새로운 “나”로 탄생하는 거죠. 정말 멋지지 않나요?

사진을 마치 추상화처럼 표현하기 위해 가장 최고의 순간을 찾으려면 수만 번의 셔터를 눌러야 할 것 같은데요. 작가님의 작업 스타일이 궁금합니다.
빛을 따라 저절로 몸을 움직여요. 이때 렌즈는 정면보다 하늘을 향하도록 합니다. 렌즈를 피사체와 빛에 대고 문지르는 듯한 행위는 물감을 물에 풀어서 그리는 맥락과 같아요. 그렇게 하면 전혀 생각치 못했던 또 다른 풍경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2018년 서울문화재단 입주작가로 선정된 것 이외에도 수많은 그룹전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과 2021년 미술주간 PATRON 랜선 작가 및 spaceD9 2019년 신진작가로도로 선정되는 등 꾸준히 인정을 받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요?
현실적인 걱정없이 작가생활 하면서 예술을 즐기는 것이예요.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요. 그게 제 삶이든 작품이든 상관없어요. 스무 살 때, 미국 뉴욕에 있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바로크 시대의 작품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난 적이 있어요. 깜짝 놀랐죠. 그때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나중에 알았는데, 당시에는 잘 몰랐어요. 훌륭한 작품에 대한 감동으로 인해 인간이 눈물을 흘리다니, 엄청난 깨달음이었죠. 이후, 2018년 제 개인전 때 어떤 분이 오셔서 우는 모습을 봤어요. 제 설치 작품에 본인의 삶이 동화되었던 모양인지 저 또한 감명받았죠. 그렇게 작품을 통해 누군가의 인생을 통해 위로 받고 위로해주면 좋겠습니다.



For Exhibition

황성원 작가의 겨울과 꽃은 신비롭고 화려하다.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새로운 영역과 결합하여 선보인 그녀의 다섯 번째 전시회 <Winter, Flower>. 겨울과 꽃을 주제로 만나는 18점의 빛과 그림자의 퍼레이드는 11월 22일 공개된다. 


<Winter, Flower>의 전시 의도나 방향성에 대해 알려주세요.
지웅파인아트에서 기존과 다른 방향으로 기획하기를 원했고, 저도 그 접근 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지수 아트디렉터의 노트를 받았을 때는 놀랍게도 제 마음을 들여다본 것 같아 코 끝이 찡하기도 했어요. 특히 “앞으로 나아가 끝내 피우려 하는 그 숙명이, 그렇게 나를 아름답고 벅차게 하는구려. 그대의 마음이 참 맑은가 보오.”라는 내용이 심금을 울렸어요. 이 구절처럼 삶이 힘겹지만 한편으로는 항상 고통스럽지만은 아니어서 숙명처럼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끝내 꽃을 피우는 맑고 단아함으로 삶의 의지를 표현하고 있었죠. 그래서 이번 제 작품에서는 빛이 더욱 도드라지는 것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을 감상할 수 있을까요?
겨울과 꽃, 두 부류로 나눠질 예정인데 거기에는 화병과 같은 반짝이는 이미지도 있고, 바람에 휩쓸리는 나무들도 있을 거예요. 지금 우리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견뎌야 하는 것처럼 자연과 도시도 거기에 속해서 함께 가고 있는 의미를 표현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자연과 도시가 이제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가 되어 서로에게 이로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이번 전시 구성에도 이런 의미가 포함되도록 노력했어요.



■ 전시기간: 2021.11.23 - 12.24
■ 관람시간
: 10:00 ~ 18:00 (MON - FRI) SAT, SUN, Holidays OFF
■ 장소
: 지웅아트갤러리(강남구 청담동 117-13, 2F)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을 위해 별도의 공지가 있을 때까지 사전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예약은 네이버 예약(url.kr/i2r1sb)에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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